을지로 예술의 맛, 예술의 길을 함께 열어갈 첫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느슨하게 연대해 보려 합니다. 을지로의 예술은 시민의 공유재산이 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아끼며 향유하는 그런 귀한 것이 될 수 있을까요. 신뢰와 연대로 우리는 어떤 연결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아, 상상만으로 벌써 너무 설렙니다.💌
옛 건물이 가진 텍스트가 살아 있는 거친 건물 안에 미술계에서 핫한 신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멋'진 분이 운영해 처음부터 '멋'있기만 한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엔 보이지 않는 길을 열어가며 서로의 여백을 만들어주기 위한 마음씀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쌓아온 N/A 갤러리의 오진혁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겨울의 끝무렵, 밥을 지으려 선물 받은 서리태를 물에 담가 냉장고에 넣어놨었습니다. 다음날 먹을 콩에 설렜던 마음이 무색하게 다른 반찬 통에 밀려 그만 냉장고 깊숙이 박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후 다시 발견한 콩은 물에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설렜던 마음이 아쉬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테라스에 올라 무심히 화단에 불은 콩을 뿌렸습니다. 거름이라도 되겠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콩은 발아하여 뿌리를 내렸고 떡잎은 기지개를 켰습니다. 사랑스러운 연한 초록들이 반가웠습니다. 이제 먹지 못해 생겼던 아쉬움은 복수의 새 생명들에 대한 반가움으로 변했습니다.
새순을 보니 지난겨울을 지낸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추운 거리에서 마음을 조리고 서로의 목소리와 체온은 나눴던 시간은 하염없었습니다. 철 없이 이어질 것 같던 겨울은 어느새 밀려갔고 따사로운 봄이 왔습니다. 눈치 없이 찾아오는 찬바람과 폭우, 모레 먼지는 종종 있겠지만 그 덕에 오히려 더 동력은 꺼지지 않겠습니다.
콩 뿌리엔 다른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주는 질소가 많다고 합니다. 아마 이 콩들이 다 자라고 새로운 결실을 맺은 후 화단은 다른 식물들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결국엔 자기의 자리를 잡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콩이 더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콩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금 그 위치에 그 사람들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스스로를 더 대견하게 여겨주는 5월이 되길 바라며, 얼마 남지 않은 4월의 이야기를 천천히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