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작은도시이야기
2025년 11월 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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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모의 소식
1:1 을지로 도시 워크숍 Part.03
연희문고
예술가 이야기
게으름에서 원석을 찾는 사람, 베이
스크랩북
오후 7시, 종묘 맞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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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작은도시의 시인, !🪡
청두야👋
얼마 전 lmp작업실에 베이를 만나러 갔어. (이번 뉴스레터에 베이 인터뷰가 실려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베이가 초록색과 분홍색 실을 번갈아 손에 감으며 뜨개질을 하고 있더라. 곧 영화 《위키드Ⅱ》를 보러 갈 예정인데, 그때 착용할 소품이라며 초록 마녀 엘파바와 분홍 마녀 글린다의 색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어. 명작을 보기 위해 뜨개질하는 베이를 보며 참 정성스럽고, 일상을 귀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위키드를 아직 보지 않은 시인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보면)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로,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따돌림당하지만 마녀로서 누구보다 큰 가능성을 가진 엘파바와 아름다운 미모와 인기 덕분에 언제나 중심에 서 있는 글린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야. 전혀 다른 두 주인공이 부딪히고, 서운해하고, 오해하고, 또다시 곁을 내어주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지.
베이 손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상징하는 초록과 분홍 실이 하나의 면으로 엮여 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서로 다른 성질의 사람들이 한 도시 안에서 스치고, 마주 앉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떠올랐어. 각자의 다름이 얽히고섥히며 만든 교차점이 사회라는 커다란 옷감을 천천히 직조하는 장면의 메타포 같았어.
때론 실이 엉키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언제라도 코가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 덕분에 비로소 우리의 형상을 갖출 수 있는 것 같아. 만남의 중첩으로 만들어질 내일 형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나'라는 존재의 성격, 내가 딛고 선 위치와 목적하는 방향이 나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어. 우리가 서로의 옆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보이지 않는 무늬의 경로가 조용히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아.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11월, 계절도 서로의 경계를 조금씩 내어주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듯해. 우리 일상에도 초록과 분홍 같이 서로 다른 마음이 엮여 조금 더 따뜻한 한 겹이 되어주길 바라며, 작은도시이야기 11월 호 시작해 볼게!
작은도시이야기는 시인들의 후원으로...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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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new
파라다이스 아트랩 워크숍에서 이어가는 1:1 건축가:예술가 을지로 도시 워크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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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 자리한 지역 예술생태계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만드는 도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작은도시이야기」는 「도시건축정류소 건축사 사무소」와 함께 워크숍을 기획해서 운영해오고 있어. 이를 통해 다양성이 담보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길 희망해.
그간 도시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부터 도시재생까지 정부 중심의 탑-다운 형식으로 만들어져 왔어. 그 결과 많은 사업이 지속되지 못했고, 지역 현안에 맞는 문제 해결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건축가와 예술가는 '어떻게 바텀-업으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어.
「아이디어 회관」에서의 지난 워크숍에 이어, 이번엔 「파라다이스 아트랩 워크숍」에서 12월 중순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어. 이전 까지는 다수가 모여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소수가 모여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실현가능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있어. 「DRMA」가 노르웨이에서 운영했던 'Waffle space'와 같은 공간을 만들게 된 거지.
시인들의 많은 관심을 바라며, 참여를 원하는 시인들은 아래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편하게 문의해 줘.
- 서울시 중구 쌍림동 22-1 1층 파라다이스 아트랩 워크숍
- 2025.10 - 12 중순, 매주 수요일 10:00 -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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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문고」를 소개해. 연희동에 있는 책방같은 친근한 이름을 가진 곳은 사실 신생 언론사야.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현장을 연결해 그 사이에서 생기는 시너지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정재훈 기자가 만들었어. 작지만 꾸준한 기록으로 우리 세상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의식에서 시작했고, 그 지향에 「작은도시이야기」도 함께 하기로 했어.
앞으로 「연희문고」는 지역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글과 영상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해. 그 여정에서 사람과 사람, 지역이 만나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영향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 나가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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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olumn
게으름에서 원석을 찾는, 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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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건너편 좁은 골목을 들어서면 'lmp작업실'이 있어. 알록달록 따뜻한 섬유로 만들어진 간판 뒤로 게으른 사람들의 잠재성이 피어날 수 있기 위해 만들어진 인큐베이터 같은 공간이 있어.
바쁘고 치열한 현대 사회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더 많은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 시대에 '게으름의 가치를 믿는 곳'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유쾌하고, 하고 싶은 일이 가득한 '베이'의 이야기를 소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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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I's scrapbook
두기의 스크랩북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이야기를 모아모아 전해드립니다.
오후 7시, 종묘 맞은편에서 벌어지는 일
Made in 을지로 1화, 연희문고 정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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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이라고 이야기되는 곳은 사실 '예지동'이라는 이름이 있던 곳이야. 철거가 되기 전 청두와 함께 종종 이 골목 안을 돌아다니곤 했어. 흥미로운 냄새가 많았지. 최근에 이곳은 서울시에서 고층건물을 만들겠다고 해서 아주 시끄러워졌더라. 청두는 이 일로 스트레스가 심한지 잠꼬대까지 하고...
여튼, '개발사의 경제 이익 확보를 통해 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냐' 아니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종묘의 가치를 보존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지만, 코를 땅에 박고 다녀본 만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세계 문화유산이자 국보인 종묘와 종묘제례의 중요성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이와 함께 '세운재정비촉진지역'으로 묶여 있는 장사동, 입정동, 산림동, 주교동, 인현동, 수표동, 초동 등 여러 마을들엔 우리의 아저씨, 아줌마, 삼촌, 이모, 언니, 오빠들의 삶이 담겨 있는 곳이야.
켜켜이 나무테처럼 쌓인 마을엔 돈을 주고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가치 있는 것들이 가득해. 낡은 지붕 아래 오늘도 현재 진행형으로. 연희문고 정재훈 기자와 청두가 마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어. 같이 나누고 싶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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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1월 이야기를 마무리해. 🌬️
이번 호부터 '두기의 스크랩 북'이 추가되었어. 앞으로 두기가 찾아준 글들 가운데 의미 있는 자료들을 함께 나눠 보려고 해. 언론기사, 기고글, 에세이 등등. 더 풍성한 이야기를 채워서 월간지를 만들 수 있겠어.
두기의 이야기대로, 최근 예지동(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으로 세상이 참 시끌벅적해졌어.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둘러싼 이슈인 만큼,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모일 만한 일이겠지. 바라건대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서 납작하게 보았던 조감도 중심의 도시에서 그 안에 가치 있는 것들을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확산되었으면 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무언가를 계속 생산해 내고, 고치고, 다시 쓰는 일들이 일어나던 도시는 어느새 한순간 쓸려 나가 공터로 방치되고, 땅 밑에 보존되었던 유구한 유적들은 어느 곳을 실려가 버려지고, 그 위에 들어선 주상복합은 다시 공실로 남겨져 새 주인을 몇 년째 초조하게 기다리고.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면 차가운 허망함이 이루 말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오더라.
사유재산의 조밀한 집합이었지만, 동시에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도시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우리는 언제, 어디서 그것을 잃어버렸을까.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 그런 질문들이 부쩍 깊어지는 요즘이야.
자본의 언어로는 온전히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이유로 쓸려 나가는 풍경을 마주할수록, 숫자로 셈해지지 않는 가능성을 믿고 지켜보는 'lmp작업실'이 얼마나 더 귀하게 보이는지. 그곳에 담긴 '베이'의 가치를 더 응원하게 되고, 그와 함께하는 동료들이 만들 내일을 더 기대하게 돼.
한 시대에 겹쳐진 절망과 희망을 목격하는 지난 한 달이었어.
코로나와 독감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
모두 건강한 환절기 보내길 바라고, 따스운 오늘이 되길 바라며!
그럼, 안녕!
우리 , 12월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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